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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인 - 『2021 제 12회 젊은 작가상 수상작품집』

일반명사 소시민으로서

우리는 모두 소시민으로서 살아간다. 각자의 역할을 다하며, 본분을 지키며… 소시민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무엇일까? 7인의 작가가 전하는 소시민 7주인공의 이야기.

2020년 발간된 제11회 젊은 작가상 수상 작품집의 키워드가 페미니즘과 젠더리스였다면, 2021년의 제12회 젊은 작가상 수상 작품집의 키워드는 ‘소시민’인 듯하다. 7인의 작가가 써 내려간 소소한 7편의 이야기는 대단한 것이다. 그러나, 독자들은 그 주인공들의 삶이 대단한 것이라 평가할 것 같지는 않다. 그들은 너무나도 소시민적 삶을 살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그 중, 박서련의 ‘당신 엄마가 당신보다 잘하는 게임’은 한 여자가 아내이자 엄마로서 삶을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한 여자는 결혼 후 아이를 낳아 엄마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 남편에게 내조하기 위한 노력은 물론이다. 엄마의 외모 또한 아이들에겐 놀림감이 될 수 있기에 끊임없이 자기 자신을 가꾸고, 또 아들을 ‘잘’ 키우기 위해 노력한다. 타인과 비교하며, 어떤 것을 해주어야 하는지 끊임없이… 생각하며… 말이다. 그녀의 삶은 어쩌면, 한 가정의 아내와 엄마로서의 삶에 매몰된 것일지도 모른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새로운 위치에서, 온전히 새로운 역할을 가진다는 일은 생각보다 쉽게 일어나지 않는 일이다. 취업하더라도, 직장이라는 공간에서만 자신의 생활이 달라지는 것에 불과하다. 그러나, 새로운 가정을 꾸리면서 한 여자의 역할은 ‘한 가정의 딸’이 아닌 ‘한 가정의 아내(엄마)’로 완전히 탈바꿈한다. 딸로 느끼던 감정을 직접적으로 느낄 일은 거의 소멸해버리며, 아내(엄마)로 느낄 감정을 느낄 일만 남을 것이다.

‘딸’과 ‘아내(엄마)’라는 일반명사는 개인의 역할과 행동을 제한함과 동시에, 감정마저 제한하는 듯하다. 그렇게, 우리는 모두 일반 명사 속에서 소시민이 되어간다.

비단 가정 내에서만 그러한 것은 아니다. 직장인이 하는 모든 일과, 그들이 일상 속에서 느끼는 감정은 비슷한 것으로 치부된다. 그들은 자신의 고유명사 대신, ‘직장인’, 또는 ‘사회인’이라는 일반명사 속에서 자신의 일상을 가둬놓고 살아가게 된다. 일상의 매몰이 다른 것이 아닌 일반명사에서 일어나게 된 것이다. 수많은 연예인이 자신의 ‘이름’을 날리는 것과 달리 특별한 것 하나 없는 듯 보인다.

우리는 모두 고유명사를 가지고 있다. 이름을 가지고 있다. 자신의 일반명사가 무엇이든 간에, 우리는 고유명사를 가졌기에 우리의 고유한 감정을 느끼며 고유한 삶을 살아갈 수 있다.

모든 사람은 ‘소시민’이라는 일반명사를 가진 고유명사이다. 모든 사람은 ‘소시민’이라는 일반명사를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고유한 삶을 살아낸다. 우리는 모두 때로, 일반명사 ‘소시민’을 잠시 내려놓자. 소시민으로서 분개하고, 행동하는 감정을 느끼지 않고, 자신의 고유명사 몇 글자로 살아가기 위한 꿈을 꾸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