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빛마루★ - 손은혜, <정치, 이렇게 굴러갑니다>

대한민국 정치를 디저트 삼아, 커피 한 잔 하실 분?

대한민국 정치의 희로애락에 대해, 작가와 커피 한 잔 마시며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입니다. 때로는 기쁘고, 때로는 분노하고, 때로는 슬퍼하고, 그렇지만 즐거운. 대한민국의 정치 이야기로 시민분들을 초대합니다.

# 프롤로그. “정치가 답일까?”

‘정치가 답일까?’ 누구나, 바로 요즘. 마음에 하나씩 품고 있는 물음일 것이다. 문제의 답을 내놓기보다, 답이 있는 것도 문제로 만들어버리는 정치의 모습. 시민들의 속앓이는 이루 말할 수 없다.

누군가에게 털어놓는 것만으로도 답답함의 절반은 풀린다 했던가. 숨이 턱 막힌 차에 커피 한 잔 마시며 막막함을 토로할 기회가 생겼다. KBS 정치부 기자로 국회에서, 총리실에서, 그리고 청와대에서. 우리 정치를 현미경으로 낱낱이 바라본 작가와의 만남. 작가는 직접 보고 겪은 정치 현장과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한 움큼 머금고 나왔다.

오늘만큼은 기자인 동시에, 나와 다르지 않게 우리 사회를 걱정하는 한 시민의 모습을 한 작가와 대한민국 정치의 희로애락을 함께 나누는 시간을 가진다.

# 기쁠 희. “그래도 나름 굴러가고 있구나”

세금이 아깝다. 정치권이 흔히 듣는 말이다. 공감 가면서도 공감하기 어려운 문장이다. 정치권에 계신 주변 분들을 보면 밤낮으로 사력을 다하시기 때문이다. 물론 사력의 방향이 올바르지 않아 비판받을 수는 있다. 그러나 대부분은 사력을 다하는지 ‘몰라서’ 정치권이 질타를 받는 경우가 많았다.

코로나 19, 부동산 대란, 중대재해처벌법 등. 올 한해도 시끄러웠다. 문제가 생길 때마다 시민들은 정치권을 바라봤다. 그에 비해 정부의 발표는, 국회의 입법은, 언론의 보도는 결과만 툭툭 내놓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그렇기에 시민 입장에서는 ‘도대체 무엇을 하는가’라는 목소리를 내고 싶을 수밖에 없던 것이다.

그러나 기쁘게도 나름 잘 굴러가고 있었다. 큼직한 이슈에 대비해 청와대에서, 국회에서, 정당에서. 많은 사람이 연구하고 고민하며, 울고 웃었음을 작가는 이야기한다. 사람이 하는 일이기에 결과가 마음에 들지 않을 수는 있다. 그러나 최소한 시민들이 닥친 현실에 진지하게, 때로는 지난하게 고민하며 대응하려는 움직임들. 그 역동성이 아직도 정치권에 존재한다는 것을 보며 참 기쁜 마음이 들게 했다.

# 성낼 노. “분노는 감정적으로, 분노의 방향은 이성적으로”

‘모든 것이 대통령 때문이다.’ 주변에서 쉽게 접해본 말이다. 맞을까? 절반만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대통령은 국정의 총책임자로서 모든 일에 책임 의식을 갖는 것은 맞다. 그러나 국정에 대한 모든 분노를 대통령 한 사람에게 돌리는 것은 잘못됐다고 생각한다.

분노는 감정이니 주관적이지만, 그 방향은 철저히 이성적이어야 한다고 믿는다. 문제를 접했을 때 가장 선택하기 쉬운, 그러나 가장 공허한 행위는 ‘눈앞에 보이는, 또는 원래부터 화내고 싶었던’ 대상에게 분풀이하는 것이다. 후련하지만 미련하다. 문제를 개선하는 데 하등 도움이 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올해 뉴스를 보며 늘 궁금했다. 부동산 투기 광풍 아래, 왜 뒷짐 지고 웃고 있는 투기 세력에게는 화살이 쏠리지 않는지. 북한에서 대통령을 비판하면 왜 더 신나서 대통령과 정부 욕을 해대는지. 문제에 대한 분노는 분노하고 싶은 대상이 아니라, 분노해야 할 대상에 대해 정확히 꽂혀야 한다. 정부 정책이 문제인지, 뒷받침하는 법이 문제인지, 실행하는 기관이 문제인지, 개인의 일탈인지 조직의 문제인지. 그 원인에 분노를 정확히 때려야 바뀌든, 없애든, 개선하든 해결이 시작되는 것이다. 잘못된 분노의 방향은, 문제의 원인에게 용기만 줄 뿐이다.

그렇기에 작가의 이야기는 꼭 필요했다. 청와대는 어떤 조직이고 각자 무엇을 담당하는지. 총리실은 과연 어떤 역할인지. 국회는 어떤 곳이고 어떤 일들을 처리하고 있는지. 정당이란 어떤 소명과 고민을 하고 운영되고 있는지. 세세하고 낱낱이 소개해주고 있다. 어떤 부분은 현미경처럼 자세히, 어떤 부분은 망원경처럼 멀찌감치서. 깊고 넓게 조명할 수 있는 내비게이션 역할을 톡톡히 해줬다.

정치의 영역은 시민들에게 가깝고도 멀다. 그렇기에 문제가 있는 곳에 정확히 분노할 수 없음을 인정한다. 그렇지만 올바르게 분노하는 법을 포기할 수는 없는 법이다. 분노의 방향을 조금이나마 이성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시각을 작가는 경험을 통해 선물해 주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