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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F94 - 마사 누스바움 『정치적 감정』

정의를 위해 왜 사랑이 중요한가

마사 누스바움은 법윤리학자로는 드물게 ‘감정’을 강조한다. 사람은 종종 현대사회가 이성의 지배를 받는다고 생각한다. 정치적, 사회적으로 중요한 결정을 해야 할 때는 ‘합리적 판단’, ‘냉정한 판단’이 필요하다거나, 이와 같은 방식으로 법률과 제도가 형성되어야 한다고 본다. 그러나 지난 서평에서 다룬 김홍중이 ‘사회적 실천을 발생시키며, 실천을 통해 작동(생산, 표현, 사용, 소통)하며, 실천의 효과들을 통해 항상적으로 재구성되는, 인지적/정서적/의지적 행위능력의 원천’은 마음이라고 본 것처럼 마음은 사회적 실천을 유발하는 행위능력의 원천이다. 동양철학이 이미 오래전 도달한 경지와 같이 동정심, 분노, 사랑 등의 감정은 정치적 원칙과 법률, 제도에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다. ‘합리적 판단’, ‘냉정한 판단’은 종종 소수자에 대한 동정심과 사회에 대한 사랑, 연대 의식을 배제하는 도구로 활용될 뿐이다.

누스바움은 전작인 <혐오와 수치심>에서 미국의 법률, 제도 등이 형성되고 유지되는 근간에 윤리적, 법리적 판단을 넘어선 감정적 기반이 있음을 논증한다. 또한, 혐오와 수치심과 같은 위험한 감정이 법률과 제도 형성에 영향을 미칠 때 발생할 수 있는 악영향을 보여준다. 이처럼 누스바움은 동정심, 사랑, 혐오, 수치심 등의 감정들 사이에서 좋은 것과 나쁜 것을 구분하고 있다. 본디 감정의 중요성, 애국심 함양 등은 윤리학의 거대한 두 기둥인 정치적 자유주의와 공동체주의 중 후자의 관점에서 더욱 강조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누스바움은 자유주의 학자의 고전적 견해와 역사적 사실을 비교 분석하여 정치적 자유주의의 입장에서도 감정은 여전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주장한다.

<정치적 감정>은 이와 같은 감정 중 공적 감정을 다루고 있다. 누스바움은 ‘적법한 절차에 따른 자유의 권리’와 ‘법률에 의한 평등한 보호’가 보장되는 사회가 우리가 바라는 사회라고 전제하면서 이를 위해서는 사회 구성원에 대한 동정심을 형성하고 혐오감을 극복하는 것, 두려움, 시기심, 수치심이라는 위협을 넘어 공동체에 대한 사랑을 함양하는 것이 요구된다고 본다. 누스바움은 ‘애국심’, ‘공적 감정’을 함양하게 하는 강력한 도구로 예술을 지목한다. 예술은 사회를 투영하는 동시에 사회 구성원에게 일련의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예술은 공적 슬픔을 세심하게 다룸으로써 동정의 대상을 일부에서 전체로 확장하게 하며, 공동체적 위기에 직면한 때 이를 극복하게 하는 연대 의식을 형성하게 한다. 나아가, 누스바움은 예술을 통한 공적 감정의 함양이 자칫 자유로운 시민의 비판 정신을 제한할 가능성을 경계하는 것을 잊지 않는다. 누스바움은 사회를 투영하는 예술작품과 자유롭게 이를 비판할 수 있는 시민의 상호작용이 공적 감정을 함양하게 하고, 더 나은 사회를 만들어 가는 열쇠가 된다고 보는 것이다.

누스바움은 <정치적 감정>에서 고전 희곡, 역사, 서양예술에 방대한 지식을 바탕으로 예술과 비판의 자유가 어떻게 국가에 대한 사랑, 구성원에 대한 동정심을 불러일으켜 왔는지 논증한다. 이 책을 읽으며 한국 사회의 역사적 순간들에 예술이 어떤 역할을 하였는지, 2022년의 예술작품과 이에 대한 비평이 우리에게 어떤 감정을 불러일으키게 될 것인지 떠올려보는 것 또한 의미 있는 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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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회원 - 아미타브 고시 『대혼란의 시대』

대혼란의 시대가 도래했다.

갑작스러운 무더위, 느닷없는 홍수, 100년에 한 번 일어날까 말까 한 폭풍우, 거대한 회오리바람, 어깨 높이까지 쌓인 폭설. 낯선 현상, 재난이라고 말하는 혼란이 우리 삶을 덮치고 있다.